감성경영/아름다운 사막여행 | Posted by 전경일소장 전경일 2009.02.02 16:47

아름다운 사막여행


1.

사막은 언제나 고요함 속에서 스스로를 위로하는 것 같아 보입니다.

어떤 때, 사막은 내게 이렇게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나는 거대하다.

나는 움직이는 존재다.

바람은 내 속에서 운다.

나의 친구는 바람이다…….

나는 시간이 흐를수록 사막이 하는 말을 좀더 분명히 알아들을 수 있었습니다.

단순히 하나의 모래로 남아 있다면, 우리는 움직이는 존재가 아니라, 그냥 쓸려 다니는 존재에 불과했겠지. 지금 너희들처럼 말이야……,

사막은 내게 그렇게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2.

"사막은 현명하지."

"스스로 변화하고, 새로워지지."

"그건 쉬워 보여도 누구나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사막이 알고 있는 건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는 거지!"

그러나 그것은 사막뿐만이 아니라, 사막을 살아가고 있는 누구나 움직여야 하는 것입니다.

사막에서 살아가는 생물들과 마찬가지로 사막 또한 스스로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건 한낱 쓸모 없는 땅에 불과할 것입니다. 그럴 땐 결코 살아있는 것이 아니죠.

3.

“이제 네가 추락한 이상, 너는 나의 영역 안으로 들어온 거야.”

“그건 무슨 뜻이지?”

나는 그의 말에 대꾸해 주었습니다.

그러자, 작은 도마뱀은 눈을 둥그렇게 뜨며 내게 대꾸했습니다.

“내가 너를 보살핀다는 얘기야.”


4.
팔마트 도마뱀은 잠시 말을 멈추더니, 곧 모래 언덕 너머를 바라보면서 내게 말했습니다.

"사막엔, 길 같은 건 없어. 다만 누군가 오고 갈 뿐이지. 사막에선 가고 오는 것이 아니라, 그저 모래밭 위와 태양 아래를 말없이 건널 뿐이지. 너는 다만, 그 동안 날았을 뿐이고, 우린 걸었을 뿐이지. 길 같은 건 우리를 슬프게 해. 그건, 잠시 그어진 선이나 자국 같은 거야. 곧 없어지고 만다구. 그건 하늘에서도 마찬가질 거야."

팔마트 도마뱀은 나의 반응을 살펴보더니, 내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자 다음과 같이 말했습니다.

"모든 것은 잠깐의 흔적일 뿐이야! 네 발자국도, 네 비행기의 바퀴자국도……, 사막의 시간 속에선 아무런 의미가 없어. 알고 보면 인생의 대부분은 사막이야. 사람들은 사실 그들의 일생을 사막에서 보내는 셈이지."

5.
"모든 여행은 자신으로부터 시작되지. 우리는 언제나 각자 홀로라구. <큰 기둥 선인장>처럼 목을 길게 빼고 누군가를 기다려보지만, 누구도 쉽게 다가오지 않아! 다만 맴돌 뿐이지."

6.
"너무 슬퍼하지 마. 너는 지금 다른 세계에 와 있어!"

7.

버섯바위는 한쪽 눈을 간신히 뜨면서 대답해 주었습니다.

"너는 쉽게 할 수 있어! 나를 흔들기 위해 내 몸 전체를 흔들어야만 하는 건 아냐. 내 겨드랑이에 와서 나를 간질어 줘. 그러기만 하면 돼. 아니면, 내 코를 간질러서 재채기가 나게 하거나, 나를 웃기기만 해도 돼. 네 꼬리는 그런 일을 하기에 정말 적당해 보이는구나! 그래, 그렇게 하면 돼."


8.
죽음의 사막을 건널 때쯤 되어 안개가 밀려왔습니다. 매우 칙칙하고 앞을 가늠할 수 없는 안개가 수십 겹으로 우리 앞을 에워 쌓습니다.

안개가 우리 앞을 가로막으며, 혼자 중얼거렸습니다.

"우리는 대양의 바람에 밀려온 존재들이야. 우리는 돌아갈 곳을 잃어 버렸지."


"우리는 모든 걸 덮어줄 수 있지. 가끔은 죄를 짓고 도망가는 사람들을 숨겨주기도 해. 그러면 누구도 그들을 찾지 못하고 그냥 돌아가 버리거든. 물론 우리는 동물이나 사람들이 길을 잃게도 하지. 그건 우리에게 가장 재미있는 구경거리니까! 그들이 길을 잃고 헤매는 것을 한번 상상해 봐. 같은 자리에서 며칠이고 뱅뱅 돌다가는 곧 힘이 빠져 죽게 되는 것을! 언제나 인간은 그렇지! 그들은 늘 같은 짓을 되풀이 한다구!"

"뿌옇다는 건, 앞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거지. 하지만, 우리들 때문에 누구도 앞을 보지 못하는 일은 드물어.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의 눈을 가리고 보려 하지. 사실 네가 어린 왕자에게 가는 것도 알고 보면 바로 그런 것인지도 몰라."


"그건 우릴 탓할 필요가 없어. 네가 어디로 가는지 모를 때, 방향이란 의미가 없어지는 거지. 안개 속에선 동서남북이란 아무런 의미도 없어! 네가 찾는 게 그곳에 없을 땐 말이야! 누구나 자기의 방향을 알아야 돼. 우리도 길은 잘 몰라. 우리 같은 안개는 다만 저 먼 바다에서 바람에 떠밀려 온 존재들에 불과하니까! 우리도 우리 자신이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른 채, 길을 막고, 혼란스럽게 하는 거지. 바로 네 자신처럼 말이야."


9.
"너는 더 작아져야 할 필요가 있어! 네가 큰다는 건 바로 그런 거야! 우린 결코 현미경으로 볼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지. 우린 크게도, 작게도 보지 못하고, 다만 네 눈으로 봐야 보이거든. 잊지 마. 언제나 작을수록 더욱 단단하게 붙잡는 거야. 우린 누구나 작은 것들에게 붙잡히지. 그게 가장 무서운 거라구!"

10.
<큰 기둥 선인장>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자신의 턱을 매만지다가는 다시 말을 했습니다.

"너희가 버섯바위에게 그랬던 것처럼 너는 네 친구 팔마트를 찾기 위해 내 머리끝에 올라가서 바라보고 싶을지도 몰라. 하지만 이런 사막에서 가깝고 먼 것은 정말 의미가 없어! 누구든 서로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않는 한, 거리가 무슨 의미가 있겠어? 우리의 삶은 어디를 봐도, 누구를 만나도 결코 외로움이 지워지지가 않아. 그건 우리가 결코 벗어날 수 없는 어떤 선 안에 묶여 있기도 하다는 얘기야! 사실 삶의 방식들은 단순해. 너무 단순해 저 여우는 미칠 지경이지. 다만, 너희들은 떠돌아다니고, 우리들은 언제든지 길을 잃지 않도록 고정되어 있을 뿐이지. 아, 그런데 오래 전, 내 몸에서 떨어져 나간 씨앗들은 지금 어디서 방황하고 있을까? 이제는 박쥐가 올 때도 되었는데……."

11.
"그녀는……, 과거만을 생각하고 있어. 그녀에겐 너무 어려서 사랑을 할 줄 몰랐던 시절이 있었지. 사랑을 알게 되었을 때에는 이미 너무 많은 걸 알아서 두려웠던 거고……, 가끔 남을 좋아하는 건 너무 큰 상처야! 그녀는 몇 해 째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고……, 아마 그녀의 속은 텅 비어 있을 거야! 그래서 우리는 그녀를 <빈 기둥 선인장>이라고 부르지."

12.
"우리 사이에 있는 숨어 있는 힘이 서로를 잡아당기고, 또 서로의 거리를 두게 하지. 그래서 우리 별들에게 당긴다는 건, 일정한 거리를 둔다는 거야. 그래야 서로가 자기 자리에 있게 되거든. 네가 사는 너의 별도 나의 별처럼 이렇게 간단한 원리 위에 존재하는 거지. 그게 서로 상대의 존재를 인정하게 되는 거야. 네가 무엇을 당기면, 그건 사실 네 마음속에 있는 어떤 걸 당기는 거야. 네가 갖고 있는 어린 왕자에 대한 마음처럼 말이지."

13.

<빈 기둥 선인장>은 바로 얼마 전의 불행을 회상하면서, 눈물을 글썽거렸습니다.

"내 사랑이 떠나간 지 벌써 여섯 해가 지났어. 그는 나를 버리고 간 거라고 생각했지. 나는 사랑을 잃고 너무 슬펐는데. 이 사막에서 가장 아름답고 부러움을 받고 있던 내가 버림을 받다니! 나는 매일 내 속에 들어가 숨어서 울기만 했지. 그래서 나는 자꾸만 속으로 기어들어 갔던 거야. 선인장에게 자신의 속으로 기어 들어간다는 것은 결국 꽃잎을 꼭 말아 꽃이 절대로 피지 못하도록 하는 걸 의미해! 그러면 앙상한 가시만 더 나게 되지. 나는 꽃을 피우는 걸 절대로 바라지 않았어! 왜냐하면 만일, 꽃들이 피어나면, 나는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커다란 슬픔 때문에 죽어버리고 싶었을 테니까!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니, 나는 결국 내 자리만 맴돌고 있었던 거야. 그 누구도 제대로 사랑한 게 아니었던 거지."

14.
"그래! 삶은 자신을 찾아내는 거지. 그 누구도 아닌, 자기의 얼굴을, 자기의 모습을, 또 자기의 마음까지도……, 우린 그걸 보아야 해. 그래서 우리의 여행은 시작되었지. 이 사막엔 아무것도 없는 게 아냐. 새로운 삶이 있는 거지. 그건 자기를 찾는 거야. 나는 네가 네 자신을 찾아서 정말 반가워!"

15.
"사막에 들어온 자는 누구나 반드시 사막을 넘어야 한다는 거죠. 사막을 건너는 우리 모두가 똑같이 생각하는 건, 누구나 물이 숨겨진 장소를 알고 싶어한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모래 바람을 두려워하면서도 사막을 건너는 겁니다. 만약 모래 바람을 두려워한다면 결코 이 사막을 건널 수 없을 거예요."


......

전경일, <아름다운 사막여행>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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