촉나라와 오나라의 국교 재개에서 나타난 협상법

 

촉한은 유비가 죽고 유선이 황제에 올랐을 때 위나라의 침범을 받는다. 이에 공명은 위를 물리칠 대책을 세운다. 공명은 등지를 동오에 화친 사신으로 보냈고, 등지가 온다는 소식을 듣자 오나라에서는 장소가 손권에게 아뢰었다.

 

장소: 궁전 앞에 커다란 솥을 걸고 기름을 끓이고, 힘 센 무사 1천명을 선발하여 칼을 들고 늘어서게 한 뒤 등지를 들게 하십시오. 그가 설득하려 들기 전에 주상께서는 역이기의 고사를 들어 어설픈 수작을 부리면 기름에 튀겨 죽이겠다고 위협해 보십시오.

 

이에 손권은 등지를 들라 하라 했다. 등지가 궁전 앞에 이르니 커다란 기름 솥을 끓이고 있는 게 보였다. 그는 손권 앞에 이르러 읍만 할 뿐 절하지 않았다. 손권이 등지를 꾸짖으니 등지가 상국의 천자께서 보내신 사신은 소국의 임금에게 절을 하지 않는 법이라 답했다.

 

손권: 네놈이 세 치 혓바닥으로 역이기처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느냐? 저놈을 펄펄 끓는 기름 솥 속에 넣어라.

등지: 동오에서는 나 같은 유생 하나를 두고 이렇게 법석을 떠는 구려!

손권: 내가 너 같은 일개 필부를 두려워할 줄 아느냐?

등지: 내가 두렵지 않다면 사신으로 온 나를 의심할 게 뭐요?

손권: 너는 나에게 위나라와 절연하고 촉과 화친하자고 말하고자 온 것 아니냐?

등지: 그렇소. 나는 촉나라의 선비로 동오의 이해관계를 말씀드리려고 왔소.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처럼 기름 솥을 준비하여 사신을 박대하니 왜 그리도 도량이 좁단 말이오?

듣고 있던 손권은 부끄러워 주위의 사람들을 물리치고 등지에게 자리를 권하여 물었다.

손권: 동오와 위의 이해관계가 어떤지 말씀해 보시오.

등지: 촉은 험한 산천으로 요새를 이루고 있고, 동오는 3면이 강으로 막혀 있소이다. 만약 두 나라가 화친을 맺는다면 천하를 아우를 것이고, 물러선다 해도 삼국이 정립될 것입니다. 대왕께서 위나라에 몸을 굽혀 신하가 된다면 강남은 다시는 대왕의 소유가 되지 못할 것입니다.

손권: 선생의 말씀이 나의 생각과 같소. 나는 지금 촉주와 화친을 맺고자 하니 선생이 중간에 수고 좀 해주시오.

 

그러고는 문무대신들을 모아 말했다.

 

손권: 나는 강남 81주 외에 형주와 촉의 땅을 갖고 있으나 서촉만 못하다. 서촉에는 등지 같은 인물이 있어 대왕을 욕되게 하지 않거늘 우리 동오에는 촉에 들어가 그렇게 말할 인물이 없단 말이냐?

이에 장온이 나서자 손권은 크게 기뻐하며 등지와 함께 화친을 맺으라는 영을 내렸다.

 

한편 공명은 등지를 동오에 보내고 황제를 뵙고 그 간의 일을 아뢰었다. 이때 장온이 도착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황제는 예물을 후하게 내린 후 자리를 정하고 연회를 베풀었고, 공명은 다음날 다시 연회를 베풀었다. 공명이 장온에게 힘을 합해 위를 토벌할 것을 말했다. 술기운이 거나하게 오르자 장온은 기쁘게 웃었으며 오만했던 태도도 사그라졌다.

 

장온은 돌아와 손권 앞에 절하며 그 간의 일을 아뢰었고, 손권은 촉과의 동맹을 혼쾌히 수락하였다. 이후부터 촉과 오는 화친을 맺어 사이좋게 지냈다. 피를 흘리며 서로가 싸워 위나라에 어부지리가 될 처지에 놓여 있었으나, 공명은 요즘말로 윈-윈의 협상술을 통해 촉과 오를 함께 구했던 것이다. ⓒ전경일 인문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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