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초와의 동관 전투 패배 후 조조가 취한 카멜레온식 대응법

 

삼국지세계에 등장하는 마등은 한나라의 복파장군 마원의 후손이었다. 그의 집안은 대대로 충의를 다한 것으로 알려진다. 마등의 충성심을 알 수 있는 대목이 있다. 바로 황제를 업신여기는 조조에게 의분을 느껴 동승이 주도하는 조조 제거음모에도 가담한 것이다. 그러나 모의가 사전에 발각되면서 동조자들은 거의 죽임을 당하고 만다. 다행히 그는 변방에 있었기에 무사했다. 이에 조조는 마등을 제거하기 위해 벼슬을 내려 그를 불러들였다. 흉계를 알면서도 황명을 어길 수 없기에 가지 않을 수 없었던 그는 결국 체포되어 참수를 당한다.

 

마등이 죽고 나서 그의 아들 마초는 한수 등과 함께 장안으로 쳐들어갔다. 마초의 도발에 동관을 지키던 조홍은 성을 빼앗긴다. 이에 조조는 친히 동관성으로 달려가 마초와 맞선다. 조조는 마초의 준수한 모습을 속으로 칭찬하며 말을 몰아 앞으로 나가면서 마초를 꾸짖었다. 이에 마초는 욕설을 하며 맞섰다. 마초는 창을 비껴들고 조조를 죽일 듯이 달려들었다. 조조 측에서 우금, 장합, 이통이 차례로 나와서 맞섰지만 모조리 패하였다. 마초가 말에서 나뒹군 이통의 몸에서 창을 뽑아 뒤에 있는 서량 군사를 바라보며 신호를 보내자, 서량 군사들이 일제히 쳐들어가니 조조는 크게 패하고 말았다. 이런 와중에서 조조는 서량 군사들이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군사들: 붉은 도포를 입은 놈이 조조다!

 

이 말을 들은 조조는 겁에 질려 말 위에서 붉은 도포를 벗어 던졌다. 그러자 서량의 군사들이 다시 외쳤다.

 

군사들: 수염이 긴 놈이 조조다!

 

조조는 놀라서 칼을 뽑아 수염을 잘랐다. 조조가 수염을 자르는 것을 목격한 서량의 한 장수가 이 사실을 마초에게 알렸다. 그러자 이번에는 수염을 짧게 깍은 놈이 조조라고 군사들에게 외쳤다. 조조는 자기의 몰골이 노출된 것을 알고 혼비백산하여 도망쳤다.

 

조조가 겨우 목숨을 구하여 도망치는데 누군가 뒤를 추격해 왔다. 조조가 머리를 돌려 바라보니 바로 마초였다. 조조는 간이 덜컥 내려앉았다. 좌우에서 조조를 호위하던 장교들도 자기들을 추격하는 것을 보고 조조를 버려둔 채 각자 뿔뿔이 도망쳤다. 마초는 벽력같이 소리치며 쫓아갔다. 마초가 창을 휘두르며 추격하자 조조는 급한 김에 늘어진 나뭇가지 위로 뛰어올랐다. 마초가 던진 창이 아슬아슬하게 조조를 피하여 나뭇가지에 박혔다. 마초가 급히 창을 거두는 순간 조조는 이미 멀리 달아나버렸다. 마초는 조조를 놓칠세라 말을 달려 뒤를 계속 추격했다. 마초가 막 산모퉁이를 돌아 조조를 추격할 때, 조홍이 마초의 앞을 가로막았다. 그리하여 조조는 목숨을 구하여 도망칠 수 있었다. 조홍이 마초와 어우러져 4, 50차례를 싸워 몸이 지쳐서 팔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아니할 무렵, 난데없이 하후연이 10여 기의 군마를 거느리고 나타났다.

 

마초는 적이 10명이므로 자기 혼자로는 중과부적이라 생각하고 말을 돌려 되돌아갔다. 하후연은 감히 마초를 추격하지 못했다.

 

조조가 목숨을 구하여 진영으로 돌아오니 조인이 책(작은 통나무를 땅에 박아 세운 울타리)을 의지하여 결사적으로 적을 막아 많은 군마의 목숨을 건졌다.

 

조조: 만일 내가 조홍을 죽였더라면, 나는 오늘 꼼짝없이 마초의 손에 죽었을 것이다.

조조는 조홍을 불러 크게 상을 내렸으며 패잔병을 다시 수습하고 진영을 굳게 지키며 주위에 참호를 깊이 파고 군사들에게 나가 싸우지 못하게 했다.

 

이 일화는 조조의 임기응변과 자기 변신 능력을 잘 보여준다. 마치 오늘날 일컫는 카멜레온 리더십 같은 면모라고 할 수 있는데, 이는 주변의 상황에 즉각적으로 적응하여 생존과 번영을 준비하고 모색하는 것을 뜻한다. 위기의 조건과 진폭이 크고 불확실성이 높을 때일수록 더 높게 평가되고 요구되는 조조의 카멜레온식 리더십이라고 할 수 있다.

ⓒ전경일 인문경영연구소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