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쟁이 연기를 통해 본 유비의 위기관리법

 

유비가 원소 토벌을 위한 준비에 바쁠 때, 헌제는 차기장군 동승을 불러서 이야기하다가, 헤어질 때 띠를 풀어주었다. 사실은 이 띠 속에는 조조 주살의 밀칙이 숨겨져 있었다. 그 밀칙에 감동한 동승은 몰래 동지를 모아 조조를 죽일 준비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가 기대했던 근왕의 동지들 중에는 한 왕실의 혈통을 이어 받은 유비도 들어 있었다. 이 같은 사실을 파악한 조조가 유비를 초대했다.

 

조조: 요사이 농사일을 배운다고 하던데, 쉬운 일이 아니지요?

 

유비: 할 일이 없어 소일삼아 하는 것입니다.

 

조조: 싱싱한 매실이 다닥다닥 열린 것을 보니, 문득 지난 해에 장수를 칠 때 물이 떨어져 모두 고생하던 생각이 났소. 그 때 내가 아무 데나 가리키면서 조금만 더 가면 매실이 숲을 이룬 곳이 있다고 하자, 군사들이 침을 흘리게 되어 갈증을 면할 수 있었던 일 말이오. 그리고 또 매실을 보니 술 생각이 났소.

 

두 사람은 마주 앉아 술잔을 기울였다. 조조가 유비를 떠보기 위해 물었다.

 

조조: 공은 용의 변화를 모르지요? 용은 자유자재로 자신의 몸을 키웠다 줄였다 하며 자유자재로 숨기도하고 나타나기도 하오. 커졌을 때에는 하늘의 안개를 전부 삼킬 만하고, 작아졌을 때에는 겨자씨에 비길 만하오. 또한 어떤 때는 우주 사이를 날아다니기도 하고, 자기 몸을 감출 경우는 이슬방울에도 들어간다오. 지금이 한창 봄철이라 용도 변화를 부리는가 보구려. 사람이 뜻을 얻어 천하를 종횡무진으로 누비는 것과 비유할 수 있소. 그러니 용이란 세상의 영웅과 같소. 현덕 공도 오랫동안 천하를 휘젓고 다녔으니 당세의 영웅들을 알 것이오. 어디 한번 영웅들을 꼽아보구려.

이에 유비는 승상의 두호하시는 은혜를 입어 조정에 봉사할 뿐, 천하의 영웅은 참으로 모른다고 잡아 땐다. 하지만 조조는 채근했고, 그리하여 유비는 차례로, 원술, 원소, 유표, 손책, 유장, 장수, 장노, 한수를 읊어댄다. 이를 듣고 조조는 일소에 부치고 만다. 조조가 말한 영웅의 조건은, “가슴에 웅지를 품어야 하고, 뱃속에 지모가 가득하여 우주의 기를 비장하고 천지의 지를 내뱉을 만한 인물이라야 한다.”는 것이었다.

 

유비: 그만한 인물이 어디 있겠습니까?

 

조조: 허허, 천하의 영웅은 오직 공과 나뿐이오. 아시겠소?

 

유비는 이 말을 듣고 스스로 낮추고 경계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고 싶어 깜짝 놀라 수저를 떨어뜨렸다. 순간 천지가 뒤집힐 듯한 천둥소리가 들리더니 비가 억수로 퍼부었다. 유비는 수저를 집으며 중얼거렸다. “천둥소리가 세상을 뒤엎을 듯하구나!” 조조가 웃으며 유비에게 대장부 운운하자, 유비는 옛날의 성인들도 천둥소리와 매서운 바람은 세상을 뒤집을 것이라 했습니다. 어찌 두렵지 않겠습니까?”라고 대답했다. 이와 같이 대화하면서도 또한 유현덕은 놀라서 가끔 젓가락을 떨어뜨렸고 천둥과 번개가 두려운 듯이 몸둘 바를 몰라 했다. 조조는 유현덕을 겁쟁이라 생각하고 그를 의심치 않게 되었다. 유비는 수저를 떨어뜨리고, 천둥소리와 번개에 놀란 척하며 조조로 하여금 겁쟁이라 생각하게 만든 것이다.

 

그 때 관운장과 장비가 유비가 혹시 무슨 변고나 당하지 않나 싶어 나타난다. 조조가 관운장과 장비에게 왜 왔느냐고 묻자, 관우는 칼춤을 추어 웃고 즐기시게 하기 위해 왔다고 능청을 떤다. 나름 위기가 될 수 있는 순간, 조조는,

 

조조: 이곳은 초나라와 한나라가 회합을 연 홍문회 자리가 아니므로, 패공을 죽일 칼춤을 추어야 할 항장도 필요 없고 이를 막을 항백도 필요 없소.

 

조조는 그들에게 술잔을 건네주며 시동에게, 번쾌(한고조를 도와 여러 번 공을 세운 장군으로 한고조가 홍문회에서 위기에 처했을 때 고조를 위기에서 구했던 고사에 비유해 조조가 일부러 번쾌라 칭했음)’에게 가득 술을 부어주라고 명했다.

 

조조와 작별하고 나온 길에 유비는 후원에서 농사일을 돌본 것이나, 수저를 떨어뜨린 것이나, 천둥소리를 듣고 놀란 척한 것이나, 모두 위기를 모면하기 위함이었다고 고백했다. 허허실실 전략으로 상대가 얕잡아 보게 함으로서 위기 국면을 벗어난 것이다. ⓒ전경일 인문경영연구소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