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식 도움닫기 전략

 

1980년대는 우리나라가 원료가공업에서 90년대의 완제품 경쟁력으로 도움닫기를 하는 시기이다. 따라서 80년대의 회고와 복기는 21세기 성장에 적잖은 교훈이 될 수 있다. 금성사가 성장 일로를 내달리던 1980년대로 되돌아가 보자. 1980년대 중반의 금성사 비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은 글귀가 눈이 띈다.

 

"세계적인 시각에 입각하여 비교 우위적 기술 분야를 바탕으로 하고 마케팅을 강점으로 하는 경영전략을 전개함으로써, 생활인에게 최고의 만족을 제공하는 가전정보기기 업계의 초우량기업을 지향한다."

 

이 말에는 금성사, 나아가 훗날의 LG전자가 성장해 오고, 발전해 온 비전이 담겨 있다. 1980년대부터 이미 금성사는 글로벌 시각을 지니고 해외로 뻗어나가야 한다는 비전을 실천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또한 일본 등 선진국 대비 '비교 우위' 분야에서 생존 기반을 잡고 나가야 한다는 자기 인식이 함께 한 것을 알 수 있다. 실제 금성사가 해외 시장에 진출할 때의 여건은 일본 기업에 비해 결코 우호적이지 않았다. 기술력 면에서 한국 기업들은 후발주자일 수밖에 없었다. 시장 선점력도 없다보니, 경쟁력도 뒤쳐지는 형국이었다. 이는 LG뿐만 아니라 모든 한국 기업들이 처한 상황이 마찬가지였다.

 

현대자동차의 경우 영국의 엔지니어링 전문 업체인 리카르도와 협력을 통해 개발한 알파 엔진이 처음 양산 차에 적용된 것은 1991년경이다. 2010년 대규모 리콜 사태로 문제가 된 토요타자동차의 엔진 기술이 이미 2차 대전 때 독일 잠수함 엔진을 활용한 것이라는 점을 보면 우리는 기술면에서 근 50년이나 뒤쳐져 있던 셈이다.

 

반도체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는 반도체기술을 개발할 때,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icron Technology)사와 일본의 샤프(Sharp)사로부터 각각 64K D램 칩과 설계기술, 공정기술 및 검사기술을 받기로 기술도입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선진기업들이 D램 제조과정의 주요 노하우를 가르쳐주지 않아 대단히 어려움을 겪었다. 기술로만 100 대 0 차이였다. 온갖 시행착오 끝에 1982년 드디어 16M/64M D램을 개발해 내고, 이를 통해 90년대 이후 전 세계 D램 리더십을 창출해 낸다.

이처럼 198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의 기술 수준은 여전히 '비교 우위' 분야가 별로 없었다. 그야말로 적수공권으로 미래형 먹을거리를 창출해 낸 것이다. 그렇다고 우리에게 자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가장 강력한 자원인 한국인의 똑똑한 두뇌와 근면성이 기업에 무한정 제공되었다.

 

1980년대를 회고해 보면 국내 대기업들과 중소기업 모두 근면을 무기로 불철주야 달려왔다. 1960년대부터 각광을 받기 시작한 종합상사는 개발의 70년대를 거쳐 수출의 80년대로 달려오면서 더욱 힘을 받게 된다. 럭키로서도 바야흐로 전천후 무역 입지를 다지기 위해 종합상사의 개막을 알려야 했다. 더구나 글로벌 소싱 문제는 수출만큼이나 원재료의 확보 차원에서 대단히 중요했다. 럭키로서는 지체 없이 다음 단계로 넘어 가야만 했다. 세계 곳곳에 상사의 네트워크를 놓고 이를 통해 그룹 성장을 견인하는 새로운 지식과 기회를 획득해야만 하는 숙제가 놓여 있었다.ⓒ인문경영연구소, 전경일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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