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석권의 열쇠, 얼리 버드가 되어라

 

1950년대 중반 무렵, 락희화학은 확고한 자리를 잡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고 있었다. 이 시기, 구인회는 새로운 도전 대상을 찾는다. 새로운 사업ㆍ산업을 찾는 그의 눈에 한 자료가 들어왔다. 일본 통산성에서 작성된 백서였다. 그때만 해도 일본은 우리에게 가장 큰 벤치마크 대상이자 미래 산업을 예측하는 정보 수집원(情報 收集源)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구인회가 펼쳐 든 통산성 백서에는 향후 석유화학이나 전자공업이 유망하다는 예측이 나와 있었다. 미래 산업 지형도를 그린 설명에서 그는 눈을 뗄 수 없었다. 마침 한국에는 국산 전자제품이 없다는 점도 크게 작용했다. 석유화학 분야도 아직 본격적인 경쟁이 없는 미개척지 영역이기는 마찬가지였다. 구인회의 가슴은 서서히 그러나 힘차게 요동치고 있었다. 이왕 시작할 거라면 '얼리 버드(Early Bird, 선발주자)'가 될 필요가 있다! 먼저 날아가서 남들이 덤벼들기 전에 먹잇감을 낚아채는 거다.

 

새로운 도약을 위해 구인회는 전자산업에 뛰어들 결심을 한다. 그런데 뜻밖에 문제가 있었다. 오랜 생각 끝에 그 자신은 전자사업 진출에 마음을 굳혔으나 주변사람들의 반응은 전혀 달랐다. 모르는 분야에 불확실한 투자를 할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모르는 분야라…… 언제 락희가 처음부터 알았던 분야가 있던가……?'

 

주변의 회의적 반응에 대해 구인회식 대응법은 명확했다. 어찌 보면 너무나 간단명료했고 통찰과 결단이 번뜩이는 것이었다. 락희화학이 플라스틱 제품을 만들고 있으니 라디오 케이스는 자체 기술로 감당할 수 있다. 전자 기술도 외국 기술자를 유치하면 해결하지 못할 문제가 없다. '왜'와 '어떻게'가 동시에 제시된 것이다. 전자회사 설립은 이렇게 해서 추진된다.

 

그가 이런 결단을 내린 배경에는 시장에 대한 초기 진입자의 우위를 누리려는 판단이 크게 작용한다. 무엇보다 기존 사업에서 획득된 경쟁력을 타 영역으로 확대하려는 우위범람전략이 적용됐다. 이런 전략은 라디오 박스 생산에서 라디오 부품 경쟁력을 획득하기만 하면 완제품 시장을 손안에 거머쥐는 게 된다. 원료 중심의 사업에서 완제품 경쟁력을 갖춘다는 것은 그 당시로서는 대단히 혁신적인 발상이었다. 구인회가 진출한 전자산업은 1990년대 만개하기 시작한 산업의 씨앗을 이미 1950년대에 뿌렸다는 점에서 대단히 획기적인 사고였다.

 

결단을 내린 구인회는 시간을 벌기 위해 1957년 부전동 공장 자리에 세웠던 금성합성수지공업사를 명칭만 바꿔 이듬 해 금성사를 발족시킨다. '실행'의 구인회라는 이름에 걸맞은 행동이었다. 바야흐로 플라스틱에서 전자분야로 산업의 축이 전환되고 확대되는 순간이었다. 이후 골드스타(Gold Star)는 그룹의 CI 및 BI가 되어 LG그룹을 한동안 이끌어 왔고, LG그룹이 LG와 GS로 나뉠 때조차 분할된 각 그룹의 공통된 DNA로 'G(Gold)'는 따라간다.

 

변화에 이끌리기보다 선도하는 모습은 구인회의 철저한 '리딩 컴퍼니'적(的) 상상력과 실행력이 결합된 것이다. 선도자의 자세는 시장 석권의 열쇠라는 점에서 훗날 글로벌 경쟁체제에서 LG의 세계적 위상을 결정짓는다.

ⓒ인문경영연구소, 전경일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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