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개토경영의 핵심은 벡터와 점선면 전략

새해 벽초부터 중국이 그간 추진해 온 동북공정의 완결판으로 고구려사는 물론 발해사까지 중국사로 둔갑시켜 버리고 있어 한중간 갈등이 재점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때에 우리 역사상 가장 큰 영토와 강력한 국력을 자랑하던 광개토태왕 시기의 국가 경영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태왕은 어떻게 그 엄청난 영토를 확장해 나갈 수 있었을까? 태왕 전략의 핵심은 무엇이었을까? 이 점을 알기 위해서는 우선 태왕이 태어나 활동하던 시기에 대해 알아 볼 필요가 있다. 광개토태왕은 서기 374년 출생하여 392년 5월 고구려의 제19대 국왕으로 즉위한다. 즉위 시 그의 나이는 불과 18세로 소년왕이었다. 왕제(王弟) 시절에는 군중(軍中)의 한 장수에 불과했으나, 태왕이 왕이 된 배경은 강력한 주전론으로 중국에서 일고 있는 세력들과 싸워 국가를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현실적 요구로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태왕이 즉위할 무렵 국제정세는 극히 혼란에 혼란을 거듭하고 있었다. 전진이 멸망한 이후 후진, 후연, 서진, 후량 등이 중국의 북방과 서방에서 세력을 확대하고 있었고, 남방의 맹주인 동진은 꾸준히 영토를 확장하며 신진세력들과 다투고 있었다. 한반도에서는 5세기에 접어들며 삼국 간에 전쟁과 화친이라는 양 국면이 동시에 진행되어 백제는 산동과 요서 지역을 차지하며 한편으로 가야와 왜를 끌어들여 연합세력을 형성해 고구려에 대항하고 있었다. 황해중부의 해상권을 완전 장악하기 위해 북방진출을 꾀한, 언필칭 백제의 팽창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때에 태왕은 국왕의 자리에 오르게 되는 데 태자시절부터 백제와 연(燕)을 상대로 전투에 참가하고 지휘한 경험은 그가 훗날 3군을 통솔하여 친정(親征)하는 배경이 된다. 그리하여 태왕은 재위 20여년 만에 광대한 대제국을 이룩하며 정복(外征)군주로서 팍스코리아나의 리더가 된다.

태왕이 이룩한 성취는 그 이름에 잘 나타나 있는데 태왕이라 함은 왕중왕(王中王)을 뜻하는 말로 중국의 황제에 해당된다. 광개토경평안호태왕이라는 긴 이름도 고조선의 고토를 회복하는 것이 절대사명이었던 고구려인의 역사적 책무를 태왕이 외정(外征)을 통해 완성하고 백성들을 평안하게 다스렸다는 탁월한 경영 성과가 반영된 것이다. 광개토경을 확보함으로써 고구려가 더는
변방의 나라가 아닌, 세계의 중심임을 선포했던 것이다.

그렇다면 태왕 시기 고구려 확장의 주요 요소는 무엇일까? 우선, 중국의 분열을 들 수 있다. 국가나 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환경적 요인이 친화적으로 작용할 때 내재된 역량이 더욱 힘을 발휘하는데 당시 중국의 분열은 고구려 성장의 밑받침이 된다. 일테면 오늘날 약진을 거듭하고 있는 구글의 성장이 야후의 인수합병 실패와 구글 키워드 광고의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오버추어(Overture)를 뒤늦게 인수함으로써 구글이 키워드 광고 시장에 진출할 기반을 제공한 것과 일맥상통한다. 그만큼 국세가 크게 일어난 데에는 상대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여기에다가 급변하는 동북아 변화를 예리하게 통찰하고, 신속한 행동으로 기회를 획득한 태왕 리더십이 크게 작용한다. 이를 통해 고구려는 국제무대에서 막강한 비중을 차지하며 주도적이고 능동적으로 대약진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동북아 국제정세의 환경을 만들어 내는 주역이자 대륙의 운명을 결정짓는 주체로 자리매김되었던 것이다. 압록강 중류유역에서 거친 땅을 기반으로 보잘 것 없이 출발한 고구려가 드넓은 영토를 확장해 가며 천지사방으로 뻗어 가는 대제국이 된 것은 이 때문이다.

그렇다면 광개토경영을 이뤄낸 태왕의 리더십의 핵심은 무엇일까? 그것은 힘과 방향을 모아 벡터, 즉 지향점을 한곳으로 모아가는 경영을 한 점이다. 태왕이 설정한 지향점은 대륙경영이자, 제국을 이루는 것이었다. 지정학적으로 고구려는 매우 불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강대국과 힘이 맞부딪치는 접점에 있어서 늘 불안했고, 고구려 지명에 왕왕 드러나는 홀(忽)이라는 명칭처럼 협곡이 많았다.

모든 상황은 불리했지만, 태왕은 이런 불리한 여건을 오히려 유리하게 전환하는 역발상의 기회로 삼았다. 마치 오늘날 기업 경영에서 환경을 어떻게 해석하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국가나 기업의 위상이 달라지는 것과 같다. 예컨대 오늘날 많은 선진 기업들은 세계 시장을 무대로 활동하며 불리한 조건을 유리한 국면으로 전환시키고, 기반 기술이나 상품을 개발해 이를 전 세계 시장을 겨냥해 확대해 나간다. 글로벌 시장은 본질적으로 강자들이 명멸하며 시차적으로 출몰하는 다이내믹한 무한 경쟁 공간인데, 이 시장을 공략해야만 새로운 판로를 개척하게 된다.

태왕은 전통적인 육지 위주의 질서를 기본으로 하면서 한편 새롭게 성장하는 해양적 질서를 수용하는 복합적인 전략을 구사했다. 또한 광개토제국을 이루기 위해 점, 선, 면의 전략를 취했다. 군사지역인 영(營)을 점으로 하고, 정복지를 따라 뻗어가는 공격선을 따라 점선과 선을 잇고 정복한 지역의 촌(村)을 기본으로 면지배를 구사했다. 고구려 사회가 식량공급원이자, 동시에 방어 목적으로 요충지마다 성을 세운 것은 이 때문이다. 이를 통해 태왕은 무한확장의 천하경영을 이루고 제국을 통치했던 것이다. 고구려제국의 중흥을 통해 우리가 벤치마킹할 수 있는 게 있다.

기업이 한 방향으로 집중해 가며 동시에 점선면 전략으로 기존의 성과를 지키고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전략을 수행하는 것이야말로 제국경영의 전략이라는 점이다. 경영자라면 글로벌 위기가 거세질수록 그 이면에 잠재된 기회의 요인을 면밀히 읽을 수 있어야 한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켜 오히려 가장 강대한 제국 만들기에 나섰던 광개토태왕의 경영정신이 오늘날 경영자들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바로 이것이다.#

ⓒ인문경영연구소, 전경일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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