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책은 1933년 일본 제국주의자가 저술한 책의 편역본으로, 시대상 및 관점이 일본 군국주의자의 시각을 철저하게 반영하고 있다. 오늘날 일본의 극우주의적 뿌리를 파악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싣는다. 역사를 징비하고 경계하는데 참고자료가 되리라 믿는다.


1절 제국의 운명과 사명
인생에는 우리의 힘으로 자유롭게 좌우할 수 있는 것과 그렇지 못한 것이 있다. 우리의 힘으로 자유롭게 좌우할 수 없는 것을 운명, 숙명 또는 사리의 필연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범인凡人의 힘으로는 좌우할 수 없는 것도 위인호걸의 힘으로는 좌우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소위 ‘불가능이라는 말은 어리석은 사람의 사전에만 있다’고 갈파했던 나폴레옹의 명언이 바로 그것이다. 개인의 힘으로는 좌우할 수 없는 일도 전체의 힘을 이용하면 좌우 할 수 있다. ‘세 사람이 모이면 문수보살의 지혜가 나온다’는 말도 그런 뜻이다.

작은 단체의 힘으로는 좌우할 수 없는 일도 국가의 힘을 모으면 좌우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또한 한 국가의 힘으로는 좌우할 수 없는 일도 몇 개 국가의 힘 또는 세계 전 인류의 힘으로는 좌우 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또한 인력으로는 평상시 좌우할 수 없는 일도 이상시(즉 비상시의 비상력, 신비력, 초인적 기력, 호연지기)에는 이를 좌우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결국 운명 또는 필연이라 하는 것은 상대적인 말에 지나지 않는다. 즉 운명이라는 관념은 사람에 따라 달라지고, 개인과 전체에 따라 달라지며, 평상시와 이상시에 따라 다르다. 그런고로 운명에는 두 종류가 있다.

하나는 행복을 불러오는 것으로 이를 행운 또는 순운順運이라고 하며, 다른 하나는 불행을 가져오는 것으로 이것을 불운 또는 역운逆運이라고 한다. 행운은 그를 통해 의식적으로 복리를 추구하면 한층 더 높은 효과를 볼 수 있고, 불운의 경우는 인력으로 최선을 다해 이를 배격하여 행운으로 바꾸는 것도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 소위 전화위복은 세상살이의 기본으로, 사람을 죽이는 살인도가 사람을 살리는 활인검이 되는 일이 다반사이다. 때문에 운명에 대처하는 길은 이를 먼저 알고 예지하는 것이 최선이다. 이를 예지 달관하여 그에 따라 우리의 태도와 방침을 결정한다면 실수 없이 앞날에 대처할 수 있게 된다. 이처럼 운명을 예지 달관하여 대성공(행운인 경우)으로 이끌거나 배격(불운인 경우)하고자 할 때, 그러한 결의를 우리는 사명 또는 천직이라고 한다.

인생의 가치는 각자에게 주어진 사명 또는 천직을 예지 달관하여 제 임무를 수행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마찬가지로 국가의 흥망성쇠도 그 사명 또는 천직을 국민들이, 그 중에서도 특히 위정자들이 스스로 배워 수행하느냐 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한 나라의 정치, 경제, 문화, 사명을 예지 달관하는 것은 그 국가의 지식인이나 지도자에게 가장 필요한 일이다. 앞날을 읽지 못해 부질없이 우민을 선동하거나 혹은 매수하여 일을 추진하는 것은 백해무익할 뿐 아니라, 결국에는 국운을 가로막아 각종 불상사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30여년 전 세계의 예언자들은 ‘20세기는 태평양의 시대’라고 하였다. 지금 그 20세기도 마침내 3분의 1 지점을 넘어 이제 1934년을 맞이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를 맞아 제국의 앞날을 생각하매, 여기에 커다란 세 가지 사명이 있다 하겠다. 즉 동양평화의 보전, 동서문화의 융합, 동아시아 부원富源의 개발이 그것이다. 그것들을 차례로 따져 보겠다.

1. 동양평화의 보전

일본은 아시아주의 유일한 독립강국이다. 주변에서는 피폐함과 고달픔에 시달리는 약소민족들이 구원을 요청하고 있다. 만일 일본이 철저히 이기주의적 태도를 취해 중국에 대해서도, 만주에 대해서도 ‘타국의 일이니 일본정부는 상관할 바가 아니다’라며 방임한다면 어떻게 되겠는가? 이는 마치 옆집에 불이 나거나 전염병이 도는데도 ‘남의 일이니 끼어들지 말아야지’하며 모른 체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얼마 안가 비슷한 종류의 액운을 맞이하게 될 것이 뻔하다. 청일淸日전쟁도, 러일露日전쟁도, 독일獨日전쟁도, 또한 만주사변과 상하이사변도 모두 동양평화를 보전하기 위함이었다는 것은 모든 뭇사람들의 견해이다. 이는 피하려 해도 도저히 피할 수 없는 일이다. 하물며 지금은 이 보다 더 중대한 난관이 닥쳐오고 있다.

우치다内田 외상은 “국가가 초토화된다 해도 만주滿洲국의 독립을 지지한다”고 단언하였다. 이처럼 동양평화 문제는 분명 일본의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더 이상 피할 수 없다면 사전에 충분히 조사하여 동양평화를 위한 방책을 확립하고 적어도 그에 해가 되는 것을 엄중히 단속하여야 할 것이다. 또한 사태가 불거지기 전에 필요한 모든 조치 공작을 취해 놓는 것이 현명하다 하겠다.

전술에 공격적 방어라는 것이 있다. 동양평화의 보전을 위해서는 항상 예민한 의식을 유지하여 화근의 싹을 잘라 행복의 꽃봉오리를 키워가야만 한다. 이것은 자위권自衛權 발동이며 국제법에서도 충분히 승인된 부분이다. 그런데도 앞날을 예견하지 못하고 눈앞의 안락을 위해 평화만을 바라며 국가의 중대 사명을 잊은 듯 행동하는 자들을 생각하면 유감천만이 아닐 수 없다. 예를 들어 인종차별 철폐를 관철하고자 국제연맹에 들어간 일, 이시이 랜싱 협정을 폐지하고 9개국 조약을 맺은 일, 부전조약不戰條約 및 군축회의에 무조건적으로 들어간 일 등이 그것이다. 특히 최근 중국의 배일排日교육이나 일본상품 배척을 방치하여 그들이 일본을 경시하고 모욕하는 태도를 갖게 한 것은 전부 외교의 책임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는 결국 만주사변이 어쩔 수 없이 일어난 일이 아니라 모두 정치가가 제국의 사명을 제대로 알지 못해 일어났다는 뜻이다. 그러나 과거는 과거로 묻어두기로 하자. 다만 앞으로는 두 번 다시 이와 같은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2. 동서문화의 융합

동양문화와 서양문화는 그 성질이 전혀 다르다. 동양인은 서양인을 오랑캐로 보고, 서양인도 동양인을 열등하다고 생각하며 귀화할 수 없는 유색인종으로 차별대우한다. 세계의 앞날에 있어 가장 큰 화근은 바로 이 인종적, 문화적 차별관에 있다. 그리스도의 사랑도 마르크스의 변증법도 이 문제만은 여전히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이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임무는 일본에게 있다 하겠다. 왜냐하면 일본은 한편으로는 동양문화의 대표자이며 다른 한편으로는 서양문화의 대표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동서양의 중간에 서서 이지적 또는 감정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지위에 있다. 이 역시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반드시 적극적으로 나서 알렉산더 대왕이나 쇼토쿠 태자의 위업을 완성해야만 할 것이다. 이제 서양류의 물질문화도, 동양류의 정신문화도 모두 갈 곳을 잃었다. 지금 전 세계는 우리의 앞길을 비춰 줄 신문화의 출현을 학수고대하고 있다.


3. 동아시아의 개발

일본은 인구가 많고 국토가 좁기 때문에 주변의 부원을 개발하여 그 부를 이용하지 않으면 생계를 꾸려나가기 어렵다. 주변이란 즉 태평양을 말한다. 지금 세계의 부원은 거의 다 개척되었고 오직 태평양 주변만이 남은 상황이다.

그 중에서도 미국, 하와이, 캐나다, 호주 등 유망한 부원은 모조리 그 문호를 폐쇄하여 우리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이제 남은 곳은 제국의 대척점에 있는 남미 일부와 소위 우리의 생명선이라 할 수 있는 동아시아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이 두 곳, 특히 가까운 곳에 있으면서 우리의 보호의 손길이 충분히 닿는 동아시아 개발에 전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이것은 제국의 일대사명이 아닐 수 없다.

이 밖에도 일본이 달성해야 할 일은 얼마든지 있겠지만 가장 중대한 세계적 사명은 바로 이 세 가지이다. 그리고 이 3대 사명이 각각 별개가 아니란 것 또한 두말 할 필요가 없다. 서로 어우러져 제국의 국시國是를 이루고 국책을 이루는 것이기 때문에 하나만 행하고 다른 것을 버릴 수는 없다. 그러나 경중을 따지자면 아무래도 동양평화의 보전이 가장 근본이며 이를 이루지 못한다면 일본의 독립은 무너지고 국가로서의 존립도 어려워진다. 그렇기 때문에 제국은 여기에 7할의 힘을 쏟아야만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고립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 아니, 국가가 초토화 된다고 해도 단행해야만 한다. 옛날 그리스도는 ‘주 우리를 먹이시사, 생명을 얻는다’고 했다. 사명을 자각하고 이에 대한 태도를 결정하면 천하에 그 보다 강한 자가 없으리라.

몰아쳐라 폭풍이여, 우리는 두렵지 않다. 춤춰라 파도여, 우리는 흔들리지 않는다. 지금은 국가의 비상시이다. 이러한 때에는 생사를 가리지 않고 명리를 버려 비상력을 발휘하는 것이 우리의 진정한 숙명이며 사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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