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인문역사/남왜공정 | Posted by 전경일소장 전경일 2012.03.14 17:47

[남왜공정] 일본의 한반도 침공 시나리오

역사는 냉철한 시선으로 바라볼 때 교훈을 얻는다. 일시적 분(憤)에만 사로잡히거나, 상대의 존재를 부정하고 외면하는 것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적이 미울수록 적에 대한 본능적 거부 반응만 보인다고 될 일도 아니다. 우리가 일본에 대한 ‘혐오(嫌惡)’가 부족해 오랜 시간 왜(倭)의 침략을 받아왔고, 근현대사에 이르러 일본에 나라를 빼앗기고 뒤쳐진 게 아니다. 한․일사는 우리 역사의 한 축과 뗄래야 뗄 수 없는 ‘왜구’의 존재를 보다 명확히 꿰뚫어 볼 때 그 전모를 파악할 수 있다. 왜구와 일본의 연결성을 알 때 대응책도 찾을 수 있다.

쓰디쓴 자기비판은 냉혹한 역사 현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제조건이다. 조선은 임진왜란을 겪었지만 그 후 300년을 공상 속에서 위안 받고, 주관적 우월성에 빠져 구한말 합방의 비극을 맞이했다. 우리에게는 치가 떨리도록 악행을 저지른 왜구조차도 우리의 강토를 900여회나 침범한데에는 그들 나름의 강점요인이 있을 것이다. 그러기에 적을 알고 나를 아는 지피지기(知彼知己)의 자세는 이 민족의 생존 조건을 튼튼히 하고, 미래를 사는 지혜를 얻는 첩경이 된다. 오랜 시간 끈질기고 주도면밀하게 한반도를 계속 침구해 온 왜구로부터 배운 게 없다면, 우리는 뭐가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것이다. 우리에게는 역사적으로 전시대를 통괄해 북방의 외적(外敵)과 남방의 왜구(倭寇)가 상시적이며 고질적인 난제로 작용해 왔다. 앞에서는 이리떼가 달려들고, 뒤에서는 여우떼가 물어뜯는 형국이었다. 한국과 일본 간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침구의 현재성’은 이 같은 사실을 극명히 보여준다.

한반도가 속한 동아시아의 역학적 지형도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 이 지역은 공존만큼이나 치열한 대립이 우선되었다. 우리는 일본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진 듯하나, 기실 일본의 행태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단지 ‘학습된 증오’나 막연한 동경내지 무관심으로나 일관할 뿐이다. 다른 한편, 오늘날 한국의 사대 보수주의자들처럼 투항적, 기회주의적, 의존적 태도마저 보이는 면도 분명히 있다. 이런 생각과 자세로는 일본의 본질을 간파할 수 없고, 일본의 재침을 겪지 말라는 법 없다. 백주대낮에 서울 한복판에서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자위대 창설 기념행사가 벌어지고, 전범(戰犯) 일족인 일왕(日王)의 생일축하연에 참석하는 정치인과 기업이 줄을 서는 나라가 이 나라이다. 전범 일족인 일왕을 ‘천황’으로 높이는 굴욕적 행태를 어떻게 꾸짖어야 하는가? 이 참담한 현실을 어떻게 바로 잡을 것인가? 오랜 구원(舊怨)에 대한 만족스런 사과와 미래를 동반하기 위한 일본의 참회와 해법 없이 일본을 어떻게 ‘가까운 이웃’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한반도에 물린 재갈을 발판으로 고도성장을 이뤄낸 일본을 뛰어넘는 남다른 사고가 뒤따르지 않는 한, 재침의 위험을 막아낼 방도란 없다. 물리적 침탈이든 경제·문화적 다툼이든 원칙은 같다. 어떻게 하면 이 민족의 생존의 조건을 만들어 낼 수 있을까? 이 지난한 질문에 대한 답은 일본의 침구사를 제대로 보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일본을 알려면 왜구의 존재를 알아야 한다. 일왕은 물론, 일본 총리를 지낸 고이츠미를 비롯한 일본 전현직 관료들이 만행을 일삼고 있는 신사 참배가 전형적인 ‘왜구 전술’이라는 것을 안다면, 일본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더욱 담금질되어야 한다. 독도에 대해 끊임없이 침구하며 억지 주장을 펴는 것은 일본이 보여줘 온 ‘왜구적 특성’의 전형적 모습이지만 우리는 거기까지 깊게 생각하지는 않는다. 또한 친일적 기반을 가진 세력이나, 일본 언론에 서기만 하면 부끄러운 줄 모르고 제 나라와 민족 깎아 내리기에 여념 없는 인사들의 행태도 알고 보면 그 역사적 배경은 같다. 그 연원도 침구사와 같다. ‘왜구의 탈을 쓴 거짓 왜구’라는 뜻의 ‘가왜(假倭)’나 친일파 같은 ‘부왜(附倭)’들이 바로 여기에 해당될 것이다.

독도문제와 일본 역사교과서 왜곡 사건은 ‘왜구의 현재성’을 잘 보여주는 단적인 예이다. 어디서부터 이 난제를 풀어가야 할까? 단순히 미워하고 책망하는 대상으로만 삼을 게 아니라 한걸음 더 나아가 대국적 견지에서 일본(민)을 동반 상대로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 모순의 실타래를 풀기 위해서는 왜구의 오랜 침구라는 외부적 요인을 찬찬히 살펴보아야만 한다. 그런 까닭에 900여회나 상시적 침탈을 자행한 왜구의 본질을 꿰뚫어 보고, 왜구를 불러들이는 한반도 내의 역학관계를 냉철히 살펴보는 것은 임진왜란 발발 7주갑, 일제강점 100여년이 넘어 선 현 시점에서 반드시 짚어봐야 할 요소이다. 역사를 긴 안목으로 바라보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인문경영연구소, 전경일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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