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르하치 성공 배경에는 항시 요동이 자리 잡고 있다. 요동은 여진족에게는 남만주(南滿洲) 지역에 해당된다. 요동에 대한 지배는 풍부한 곡창 지대에 대한 경략권을 확보한다는 차원에서 안정적인 식량 공급원을 마련하는 것을 의미한다. 요동은 여진족과 명의 접경지대로 중국의 선진 문물을 배워 이를 자기 것으로 만드는데 최고의 전략거점이었다.

나아가 요동은 해상 교통의 요충지이기도 했다. 뱃길로는 가장 짧은 거리로 중국에 가 닿을 수 있었다. 만리장성이 끝나는 바닷가와 맞닿은 철의 요새가 바로 산해관이었고, 그 관문을 통과하면 눈앞에 북경이 닿을 것 같았다.

누르하치가 요동을 눈여겨 본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적과 대립하는 접점 가까이 군사들을 배치할 수 있는 이 같은 교두보는 더할 나위 없이 유리한 조건이었다. 이를 이 야생의 정복자는 결코 간과하지 않았다. 이때 누르하치가 취한 요동 확보라는 전략은 오늘날 기업 활동과 비유될 수 있다. 경쟁사 가까이 포지셔닝해 항시 긴장을 늦추지 않고 노림수를 펴는 전략이나, 경쟁 제품을 출시해 경쟁사의 손발을 시장에서 묶어 놓는 전략과 매우 흡사하다. 누르하치는 요동을 놓치지 않았다. 요동 정벌은 바로 북경으로 나아가는 관문 앞에 진지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의미 깊다. 적 가까이 세력을 붙여놓은 까닭에 이제 적들은 스스로의 두려움에 떨어야 했다. 이 같은 심리적 효과를 누르하치는 요동 장악을 통해 더욱 구체화시켰다.
ⓒ전경일, <글로벌 CEO 누르하치>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