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경영/글로벌 CEO 누르하치 | Posted by 전경일소장 전경일 2010.07.27 20:36

적에게서 배워라

그렇다면 청이 건국되는 1600년대에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났었는가? 유럽에서는 신대륙이 발견되었고, 세계사적 흐름은 전지구적 현상이었다. 청조는 근대 중국을 잇는 가장 가까운 왕조로 출범해, 몽골의 원(元)을 빼고는 중국 역사상 가장 많은 민족과 가장 넓은 영토를 차지해 현대 중국에 넘겨준 왕조이다. 그 무렵에 중국에서는 소수 민족인 여진족이 오랜 기간 한족을 지배하고 유지하는 경이적인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여진족의 성공 이유에 대해 에드윈 O. 라이샤워와 존 K.페어뱅크 교수는 다음과 같이 지적하고 있다. (1) 강력한 지도자의 출현 (2) 유리한 시기의 도래 (3) 제부족의 통일 (4) 공통되는 민족명의 부여 (5) 공략에 대한 동기부여 (6) 자손까지 이어진 대업 완수와 후손에 의한 중국의 지배의 실현 등.

이 같은 분석은 여진족의 성공적인 중국 인수 합병과 지배에 대한 적절한 해석으로 보인다. 또한 여진족도 몽고족처럼 중국의 지배력이 미치지 못하는 변방 지역에서 군사적 역량을 준비했다는 점이 또 하나의 성공 요인으로 인식된다. 이는 마치 기업 경영에서 성공적인 중견 기업들이 흔히 5대 대기업들이 크게 들여 다 보지 않는 1천 억대 시장규모에서 눈에 띄지 않게 서서히 역량을 축적해 나가는 과정과 같아 보인다. 보이지 않는 곳이야말로 적과 내가 서로 다른 목적으로 안심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보호처이자, 동시에 칼날을 벼리는 곳이 아닌가.

이 같은 성공 방정식을 여진족은 현실 투쟁에서 배워 그들 경영에 그대로 적용했다. 여진족의 벤치마킹은 싸움의 전략뿐만 아니라, 다방면에 걸쳐 이루어졌다. 그들은 심지어 자신의 극복 대상인 명으로부터 정치 체제를 배워서 이를 그대로 원용하기도 했다. 여진족은 선진 문물에 대한 벤치마킹을 통해 자기 지배 방식을 더욱 세련되게 구사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들은 명의 문화와 제도를 계승해 그들이 꿈꾸었던 대(對)중국 M&A를 달성한 다음에는 오히려 피지배 민족에게 자연스럽게 섞여 들어갔다. 여진족으로써는 노쇠해 가는 적을 이민족다운 방식으로 치유한 셈이었고, 중국으로서는 숙주로써 건강한 생명체가 필요했던 셈이다. 이것이 중국이 유지되어 온 방식이었다.
ⓒ전경일, <글로벌 CEO 누르하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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