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보기고 | Posted by 전경일소장 전경일 2009.10.13 22:02

마음을 울려라. 그럴 때 세상은 움직인다

“경제를 움직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서다.”

아담 스미스의 이 같은 말을 현대 기업 조직에 그대로 투영한다면, 조직을 움직이는 것은 보이지 않는 힘, 즉 감성에 의해서일 것이다. 지구상에는 셀 수 없이 많은 기업이 있고, 사업은 넘쳐난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200만개의 크고 작은 기업이 있다. 이런 조직을 움직이는 진정한 힘은 과연 무엇일까? 그 힘은 어느 기업이든 추구하는 강력한 상품이나 기술, 영업망 같은 것일 것이다. 하지만 보다 강력한 조직은 보이지 않는 힘에 의해 굴러간다. 흔히 조직력이라고 하는 것은 인사부서의 체계적인 관리 시스템에 기반하는 것 같지만, 실은 직원들 사이에 형성되는 보이지 않는 감성영역이 조직 전체를 움직인다. 진정한 파워는 드러나지 않으면서도 직원 간에 내면으로 흐르는 지하수처럼 조직 전체를 풍요롭게 적신다. 그 수원(水源)을 찾아 시들어가는 조직 전체에 생기를 불어 넣는 작업이야말로 가장 혁신적인 조직이 갖춰야 할 기본 요건 아닐까.

경제 위기가 닥치고, 직장 내에서 생존이 화두가 되면서 조직의 분위기는 과거 어느 때보다 냉냉하기만 하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조직 전체를 생각하는 마인드보다는 직원들 마음 속에는 각자 생존의 문제에 여념 없고, 조직은 시너지를 내기 보다는 메말라 간다. 진정성이 내재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이 앞서다보니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배려와 헌신에의 노력은 뒤처지고 만다. 그 결과 조직에 내재한 ‘보이지 않는 힘’은 위축되어만 간다. 조직이 지향하는 성과는 겉돌기만 하며, 마음에서 호응하는 지지나, 파이팅을 불러일으킬 수 없다. 조직 전체에 경쟁력이 눈에 띄이지 않게 줄어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런 조직에 생기를 불어 넣을 방법은 무엇일까? 최근의 조사에 의하면 직원들의 회사에 대한 불신도는 과거 어느 때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언제 구조조정의 회오리바람이 불지 모르고, 해고의 워험이 도사리고 있다 보니 직원들 마음은 늘 무겁기만 하다. 대화를 해도 근심스런 분위기로 착 가라앉는다. 불과 1년 전의 회사 분위기와 대비해 보면 그야말로 상전벽해다. 조직은 혁신을 얘기해 왔지만, 한랭기온이 체감온도를 뚝뚝 떨어뜨린다. 이제 기업에 새로운 도약을 위한 새로운 감성코드가 필요한 것이다.

혁신을 계속 추진할 수 있는 힘은 언제고 직원들 내부에 불처럼 타오르는 열의이다. 열정 넘치는 조직은 살아 있는 조직의 바로메터이고, 그런 조직은 건강하다. 막힘없이 흐르는 커뮤니케이션 수로를 놓아줄 때 조직은 활성인자를 최대한 발휘하며, 새로운 신뢰 관계를 형성한다. 진정한 커뮤니케이션이란, 조직 전체의 이해를 틀어막거나, 왜곡하는 것이 아닌, 팀간, 부서간, 그룹사간 소통과 화합을 전제로 한다. 기업이 해야 할 가장 큰 역량 제고는 서로 배려하고 아껴주는 마음이 물 흐르듯 하게 하는 것이다. 물론 이를 제도적으로 밑받침 하는 것이 위대한 기업으로 거듭나는 길이다. 그럴 때 직원들이 내는 소리는 조직에 잔잔히 흐르며, 다양한 기회의 신호를 보내게 되는 것이다.

얼마 전, 나는 혁신 피로증에 걸린 한 기업의 임원을 만나게 되었다. 그는 지난 10년간 기업에서 혁신을 부르짖었는데, 그 결과 달라진 게 있다면, 직원들이 자동으로 귀를 막는다는 것이었다고 냉소적으로 풍자했다. 혁신이 내재화되는 작업을 수행한 것이 아닌, 매뉴얼상의 외침이다보니 직원들 가슴에 가 박히는 잠언이 아닌, 구호에 머물렀다는 지적이다. 그는 이런 관행적 혁신을 극복하기 위해 지금 조직에 필요한 것은 ‘진정성’이라고 말했다. 진정성이란 사람간의 소통을 전제로 하며 이는 상대에 진심으로 공감하는 것이다. 공감 없이 마음은 움직일 수 없으며, 마음이 움직이지 않고는 혁신에의 불꽃이 일어날 수 없다. 기업이 원하는 궁극적인 골(goal)을 위해서도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진정한 가치와 우호를 지닌 대화는 필수적이다.

오늘날 급변하는 현실에 생존이 최우선 과제로 부상하다보니 우리는 성과 지향적 사고에 빠져 있다. 그 결과 사람이 무엇 때문에 움직이는지 간과하곤 한다. 빨리 목표를 이뤄야 하다 보니 직원들을 독려하는 방식조차 다분히 효율성에 집중된다. 그러나 다소 늦더라도 직원들 내면에 불을 당기지 않고는 어떠한 도전 의지도 자발적으로 일어나게 하기 어렵다는 것을 우리는 지난 경험을 통해 알고 있지 않은가. 마음도 하나의 불꽃처럼 티핑 포인트가 있는데, 그것은 상호소통, 공감의 프로세스가 보이지 않는 곳에서 먼저 일어날 때 자발성은 극대화된다는 것이다. 인간이 지닌 복잡 미묘한 감정을 조직이 배려하고 고무하는 일은 그래서 더불어 느끼고 호흡하는 데서 출발한다.

조직의 진정한 드라이버(driver)는 이처럼 끝도 한도 모를 마음에 달려 있다. 위기를 극복하고 진정한 대화 창구를 열며 혁신에의 장으로 직원들이 달려 나가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마음과의 한판 전쟁을 치워야 할지 모른다. 직원들의 의기소침함을 털어내고 새로운 심적 활력을 얻고 싶은가? 펄펄 나는 조직으로 일신하고 싶은가? 그렇다면, 여기 몇가지 원칙에 해당되는 팁이 있다.

A. 진정성에서 우러나는 커뮤니케이션을 하라. 조직은 사람의 집합체이다. 사람을 움직이게 하려면, 더뎌 보여도 마음에 힘을 쓰자. 다시 말해 힘껏 달리게 하지 말고, 심(心)껏 달리도록 해 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A. 제대로 들어라. 회사에서 많이 경험하는 코칭 스킬은 말 그대로 스킬일 뿐이다. 말을 잘하고 분석력이 뛰어나 콕콕 찔러주는 것으로 사람이 움직일 것 같은가? 사람은 잘 들어주는 사람 앞에서 마음을 터놓는다. 마음부터 열어야 뭐든 시작할 수 있지 않은가.

A. 동참한다는 생각을 확고히 하라. 고통을 함께 나누고, 나도 네 편이며 우리는 함께 한다는 각오와 자세를 보이면 직원들은 움직인다. 서로에 대한 배려를 자극하고, 그 같은 문화를 생산하는 회사에 대한 로열티를 강화한다. 직원들의 희노애락에 동참해 인간미를 강화해 나가라. 반드시 긍극적인 대답을 듣게 될 것이다.

수많은 기업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애기하지만, 정작 본질은 기능성에 국한되어 있다. 가장 건강한 조직, 위기를 딛고 살아남을 조직은 화통(和通)하는 조직이다. 그것이 개인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바탕일 것이기에 조직은 새로운 각오로 직원과 함께 해야 한다. 경쟁력은 보이지 않는데서 생겨난다. 당연히 마음을 울릴 때 세상은 움직인다.
ⓒ전경일, 삼성전자 사보 <e-famil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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