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간버스에 몸을 싣고 떠난 지리산행은 실은 내 지친 영혼을 옮겨놓는 지난한 작업의 한 과정이었다. 5년간의 노고를 들여 내심 역작이라 부를 <CEO 산에서 경영을 배우다>(김영사)를 출간하고 자축겸 새로운 각오를 다지기 위해 오른 산행이었다. 

장터목대피소에 책 한권 기증하고 삶의 또 한 치고개를 치고 내려올 때 구비치는 산하는 어찌도 인생사와 그리도 빼어닮았는지... 삶에 숙연해 지는 건 산행이 주는 법열이리라! 나는 마흔 이후를 어떻게 살아야 할까?

<장터목 산장에 책을 한 권 기증하고 왔다. 무료한 산꾼들에겐 쓰임새가 있을런지...>

길은 멀고 나는 내 안의 나를 찾아 오른다. 오르고 내려서는 일련의 움직임속에 삶이 있다. 삶이 던지는 화두가 있다. 산은 나를 부르고, 나는 산에 엉겨 산을 목놓아 부른다. 내 안의 산은 과연 어디에 있는가, 나는 무엇인가? 나를 넘게 하고, 일으켜 세우고, 나를 보듬는 산은 어디에 있는가?

목이 마른다, 영혼의 갈증이 가시질 않는다, 샘을 찾게 된다. 산도 움직이고 나도 움직이고... 제행무상의 이 겨울을 나는 산으로 산다. 신열로 이 겨울을 흐드끼듯 난다.

 <운무는 산 허리를 감싸고>

<정상은 멀리 않으리 - 허나 정상을 가까이 둔 산객도 산꼭두도 서로 마지막 숨을 몰아쉬어야 끝과 처음을 허락하리>

<거친 비바람에 몸이 날듯하다. 강풍 앞에서만 서면 나는 영혼의 머리결이 한없이 날리는 것을 느낀다. 내가 산에 안기는 이유이기도 하다.>

<9부 능선까지는 눈, 그 아래는 녹다만 얼음, 그 다음 아래는 젖은 낙엽...산의 겨울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마지막 순례길 - 백무동 내려가는 길, 참샘에서 목을 적시다.>

<저 철교를 건너면 나는 오늘의 다리를 건너게 되리. 이 산행은 나의 무엇을 바꾸어 놓았는가? 나는 다시 내가 놓여 있던 자리로 돌아온 것일까? 서울로 가는 길은 비가 내려칠 법 하다.>

전경일, <CEO 산에서 경영을 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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