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사람]소설 <마릴린과 두 남자> 펴낸 소설가 전경일씨 “한반도 평화는 우리의 의무”

 

 

 

 

 

 

 

 

 

 

 

 

 

 

 

 

 

1954년 겨울, 마릴린 먼로가 강원도 인제군에 왔다. 마릴린 먼로의 방문에 인제에 주둔해 있던 미군들은 환호했다. 2017년 겨울, 마릴린 먼로는 기괴한 모습의 동상으로 다시 인제 땅에 섰다. 무성의한 동상이 구설에 오를 즈음, 한 이야기꾼이 마릴린 먼로를 끌어들여 한국전쟁에 대한 긴 이야기를 펴냈다. 장편소설 <마릴린과 두 남자>(다빈치 북스)를 펴낸 소설가 전경일씨(55) 얘기다. 왜 지금 시기에 한국전쟁일까? 한국전쟁은 어쩌면 흘러간 옛노래처럼 들릴 수 있다. 전씨는 “한반도는 여전히 전쟁의 불씨가 남아있는 곳이지만 우리는 전쟁과 역사, 현실에 대해 남 이야기하듯 한다”며 “역사에 있어서 행·불행의 주인공은 우리여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지고 싶어 다시 한국전쟁 얘기를 꺼냈다”고 말했다.


소설 <마릴린과 두 남자>는 한국전쟁의 소용돌이 한가운데에 있었던 두 사내의 이야기다. 기자 신분으로 한국전쟁의 참상을 지켜본 두 사람은 전쟁의 참상을 겪으면서 각기 다른 운명을 맞이한다. 푸른 눈으로 바라본 전쟁은 우리로 하여금 조금 더 다양한 시선으로 전쟁을 볼 수 있도록 해준다. 여기서 마릴린 먼로는 소설을 시작하는 섹시한 소재이자 핵심 열쇠가 된다. 금발의 백치미로 먼저 이름을 알렸지만 반골적 기질이 다분했던 지식인이자 사회혁명가인 마릴린의 진짜 모습이 작품 속에서 복원된다. 

소설은 기본적으로 허구지만 그 뼈대는 사실로 채웠다. <라이프>지에 실린 사진과 기사, 각종 논문을 소설에 녹였다. 살펴본 단행본 높이만 2m50㎝, 파일도 셀 수 없다. 한국전쟁에 참전했던 미 장성들의 회고록과 민중들의 6·25 경험담, 그리고 돌아가신 부친의 기록과 구두 증언이 소설의 얼개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방대한 자료를 통해 2013년에 초고를 완성, 정리하고 고쳐 쓰는 데만 4년이 더 걸렸다. 

전씨에게 전쟁은 여전히 끝나지 않은 공포다. 그럼에도 다시 전쟁을 입에 올린 이유는 역사를 똑바로 보지 않으면 또다시 같은 비극을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전씨는 “아픔과 상처, 비애, 고통을 다룰 때 우리는 비로소 치유하고 화해하는 법도 알게 된다”고 말했다. 한국전쟁도 그렇지만 전씨는 역사에 천착한다. 이야기꾼으로서 역사의 씨줄과 날줄을 꿰면 특별한 부채의식을 갖지 않고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게 전씨의 지론이다. 전씨는 “역사에 나타난 원천 소스를 잡아 소의 뼈와 살을 바르는 백정처럼 제대로 다뤄내 독자에게 내놓는 것이 글쟁이의 역할이자 소임”이라고 말했다.
 
책의 행간을 통해 작가는 전한다. “이 민족에겐 단연코 지금보다 더 이성적인 시대를 열어나갈 책무가 주어져 있다. 평화를 위한 한반도인의 의무가 해태되었을 때, 이 땅은 물론 세계는 다시 피비린내 나는 전쟁을 겪을 우려가 있다.” 1999년 <세계의 문학>에 시 <눈 내리는 날이면>을 발표하면서 등단한 전경일 작가는 에세이 <마흔으로 산다는 것>으로 이름을 알렸다.

<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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